최근 방송계에는 일반인 출연자가 나오는 프로그램이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일반인 출연자에 대한 이력이나 과거 논란을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칫 방송 전체가 논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 방송에서도 일반인 출연자의 일방적인 주장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방송됐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도 있어서 일반인 출연자들의 방송출연은 프로그램에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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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제 때문에 실제로 한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습니다. 바로 KBS 예능프로그램 ‘자본주의학교’와 ‘옥탑방의 문제아들’입니다. 이 방송은 공인중개사라고 사칭한 중개보조인 박종복 씨를 출연시킨 것 때문에 행정지도 처분을 받게 됐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지난달 29일 회의를 열었습니다. 박종복 씨를 출연시킨 KBS2 예능프로그램 ‘자본주의학교’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대핸 행정지도 단계인 ‘권고’,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대해 ‘문제없음’ 의결한 것이 알려졌습니다.
‘자본주의학교’의 지난 5월 두 번의 방송분에서는 박종복 씨가 ‘부동산 컨설턴트’ ‘부동산 전문가’ 등으로 소개하고 최근 계약한 부동산 규모, 향후 집값 예측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때 ‘자본주의학교’는 박종복 씨에 대해 ‘공인중개사 선배’라는 표현을 자막에 쓰기도 했으며, “공인중개사 10기”라고 언급하는 내용을 방송에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방송인 ‘옥탑방의 문제아들’도 지난 5월에 박종복 씨가 출연한 방송을 소개하며 ’28년차 부동산 전문 컨설턴트’라는 자막을 사용했고, 그가 공인중개사 시험을 언급하는 내용을 방송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방송 이후 8월 박종복 씨는 공인중개사를 사칭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돼 논란이 됐습니다. 그 이유는 공인중개사 협회가 민원을 받아 조사한 결과 박씨는 자격증을 소지하지 않은 중개보조원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공인중개사가 아닌 자는 공인중개사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할 수 없고, 공인중개사로서 부동산 중개업 개설 등록을 하지 않은 자는 중개 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또한 법령에는 중개보조원에 대해 “공인중개사가 아닌 자로서 개업공인중개사에 소속되어 중개대상물에 대한 현장안내 및 일반서무 등 개업공인중개사의 중개업무와 관련된 단순한 업무를 보조하는 자를 말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박씨가 방송에서 말한 내용대로라면 통상 인정되는 중개보조원의 업무를 뛰어넘은 것으로 보입니다.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했다면 벌칙 조항에 따라 형사 처벌 대상이 되며, 1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이를 보고 방송소위 위원들은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 방송됐던 것들이어서 사칭인 줄을 알면서도 방송한 것은 아닌 걸로 보인다”며 “방송사 입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사람에게 공인중개사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상황을 참작했습니다.
다만 “방송사는 출연자 선정과 방송에 대한 최종 책임이 있다”고 강조하며 ‘권고’ 의견을 낸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와 달리 지난 4월에 방송된 ‘라디오스타’는 박종복 씨가 출연했는데 직접적으로 ‘공인중개사’라고 표현하는 내용을 방송하지 않아, 라디오스타에 대해서는 ‘문제없음’으로 의결했습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일반인 출연자 검증 힘들긴 하겠네”, “방송 볼 땐 공인중개사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일반인 출연자들 리스크가 크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유재석, 조세호도 ‘권고’ 받았다
“너무 과도하게 노출했네요”
잘 나가던 예능 프로그램 tvN ‘유퀴즈 온더 블록’(이하 ‘유퀴즈’)도 방송통심위원회(이하 방심위)로부터 제재를 받아 많은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방심위에 따르면 제38차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는 tvN ‘유퀴즈’에 관한 심의가 이뤄졌습니다. 이 날 유퀴즈 방송이 문제가 된 이유는 7월에 방영된 사연에서 당시 출연자인 조세호의 의상이 문제가 됐기 때문입니다.
이날 방송에 조세호는 해외 유명 의류 브랜드인 T사의 옷을 입고 진행했는데 상징적인 디자인 무늬가 드러나는 상의와 하의, 넥타이를 착용했습니다.
이에 대해 메인 진행자 유재석은 “오늘 이렇게 옷을 입은 것도 이 분하고 관련이 있다”고 말했고, 조세호 역시 “이 브랜드에서 굉장히 좋아하는 친구”라며 이날 출연하는 게스트를 소개하며 옷에 대한 내용을 언급했습니다.
또한 이때 자막에는 ‘내돈내산’이라는 글과 함께 “제가 직접 구매했다”고 말하며 조세호가 입은 옷이 다시 한 번 강조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이어서 게스트로 출연한 아역 배우 앨런 김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유재석은 앨런 김에게 “오늘 ‘유퀴즈’ 나온다고 T사가 선물을 해줬다고요?”라고 물으며 의류 브랜드를 언급 했습니다.
앨런은 이에 대해 “이거 톰B가 유명한 쇼에 나간다고 보내줬다”고 답을 했고, 유재석은 “앨런은 협찬해준 거고, 조셉(조세호)은 (직접) 샀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때도 ‘쎄임(Same) 브랜드’ 등의 글과 함께 조세호의 옷이 주목받는 장면이 또 방송되기도 했습니다.
이날 방송이 끝난 후 방송을 시청한 많은 시청자들은 “특정 브랜드를 너무 과도하게 노출하며 광고효과를 주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민원을 제기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내용에 대해 방심위 윤성옥 위원은 “네 줄 흰색 띠만 보였다면 큰 문제는 없는데 출연자들이 ‘내돈내산’이라든지 특정 브랜드를 충분히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광고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방심위의 이광복 위원장은 “그냥 옷만 입고 나와도 광고효과가 있으면 행정제재를 해야 할 사안인데, 거기다가 누구나 다 알 수 있게끔 말까지 한 건 조금 교활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결국 이 사안은 방심위 위원 5명 중 4명이 ‘권고’를 원해 최종 ‘권고’로 의결됐습니다. 권고는 경고성 행정 지도로 실효성이 없습니다. 다만 이러한 사안이 다시 일어나는 경우에 다음 심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유퀴즈’ 제작진들은 방송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일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이날 방송 좀 대놓고 노출하긴 하더라”, “제작진이 컨셉을 잘못잡고 욕은 유재석, 조세호가 다 먹네”, “T사만 공짜로 광고효과 봤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