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최고의 영화 시상식인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기 전 날에는 최악의 영화를 뽑는 ‘골든라즈베리 상’이 있습니다.
유명작가인 존 윌슨(John Wilson)이 만든 골든 라즈베리 재단이 영화 값으로 지불하기 1달러도 아까운 영화를 뽑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으며, 이후 언론에 알려지면서 시상식으로까지 자리매김하게 됐습니다.
시상식의 핵심 구성원 20여 명이 미국 35개 주, 해외 10개국에서 약 500여 명 심사위원들과 함께 뽑은 최악의 영화와 영화인들에 대해 품평하여 상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 시상식의 구성원과 심사위원들은 대부분 유명 영화인이며, 이중 몇 명은 골든글로브상의 심사위원을 참여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입니다.
라즈베리상의 라즈베리(Raspberry)의 본래 뜻은 산딸기이며, 혀를 입술 사이로 진동시키며 내는 야유 소리라는 뜻도 있어 여기에서 유래됐습니다.
시상식에서는 도금한 플라스틱 산딸기 모양 트로피를 주며 이 상의 후보로 자주 오르락내리락하는 인사로는 실베스터 스탤론, 아놀드 슈워제네거, 마돈나, 패리스 힐튼, 애덤 샌들러, 케빈 코스트너, 키아누 리브스, 린제이 로한, 에디 머피, 니콜라스 케이지, 톰 크루즈, 샤론 스톤, 데미 무어 등이 있습니다.
국내에도 이 골든라즈베리 시상식을 그대로 따라해 만든 ‘산딸기 영화제’가 있습니다. ‘산딸기 영화제’란 언론사인 스포츠경향에서 주관하고 있으며, 올해의 최악의 영화, 최악의 연기를 펼친 배우, 최악의 매너를 보여준 영화 관계자 등을 뽑는 영화제입니다.
2017년부터 시작한 산딸기 영화제는 올해로 6회를 맞이하며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 30일까지 1년 동안 개봉된 상업 영화 중에서 여러 언론사의 영화 담당 기자단 34명이 투표하여 뽑는 시상식입니다.
영화 담당기자 34명은 투표자 한 명당 각 부문 3표씩 행사하였으며, 코로나 시대 이후 점차 살아나고 있는 영화계에 냉정한 평가를 했습니다.
“나왔으면 안 되는 영화다” 2022년 최악의 작품
기자단이 뽑은 2022년 최악의 영화는 지난 2월 23일에 개봉한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가 선정됐습니다.
이 영화는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으로 대종상 신인 감독상을 받고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흥행시킨 영화감독 ‘장철수’가 연출을 맡은 작품입니다.
중국의 퇴역 군인 출신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새롭게 각색, 제작된 한국 영화입니다. 주연에는 연우진, 지안, 조성하 등이 출연하였으며, 총 관객수 약 7만 5천명이라는 흥행에 크게 실패한 작품입니다.
투표하는 기자 34명 중 총 18표를 획득하여 독보적인 1위로 뽑히는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이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연우진과 지안이 파격적인 장면을 연출해 개봉전에 많은 화제가 됐던 작품이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성으로 대중에게 외면 받았습니다.
기자단이 올해 최악의 영화로 뽑은 이유로는 ‘중국 원작의 파괴가 아니라 원작자가 고소해야 할 정도다’ ‘배우 연우진의 희생이 안타까운 졸작이다’ ‘목적 없는 노출신은 불쾌하기만 하다’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와서는 안 되는 영화다’ 등 다소 강도 높은 비판으로 1위에 선정됐습니다.
다음으로 2위에 선정 된 영화는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정병길 감독의 ‘카터’ 입니다. 배우 주원이 특수요원 역을 맡아 연출하는 화려한 액션신이 기대됐지만 총 34명 중 9표를 얻으며, 2위에 선정됐습니다.
기자단의 선정 이유로는 ‘영상미도 약하고, 의미도 없고, 내용도 없다. 뛰어다닌 주원만 안쓰럽다’, ‘빨간색만 나온다’ 등으로 2위에 선정된 이유가 나왔습니다.
그 뒤를 이어 ‘외계+인’(7표)과 ‘동감’(6표)은 최악의 영화에 선정됐습니다. ‘외계+인’엔 ‘마블영화로 눈 높아진 한국 관객들을 우롱하나’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했지만 어떤 장르적 요소도 건지지 못했네’ 등의 이유로 선정됐습니다.
영화 ‘동감’엔 ‘영화 보다 웹드라마 수준이다’, ‘20년 전에 나왔어도 외면 받았을 감성이다’ 등의 이유로 최악의 영화에 선정됐습니다.
“상대배우가 안쓰럽다” 최악의 연기로 뽑힌 이 사람
2022년 최악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 1위로 선정된 사람은 앞서 최악의 영화로 뽑힌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의 여주인공을 맡은 ‘지안’입니다. 이로써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2관왕을 차지하는 불명예까지 얻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수련’ 역을 맡아 과감한 노출 연기까지 감행하는 열정을 보여줬지만, 그 열정에 비해 떨어지는 연기력으로 총 34표 중 21표를 받아 최악의 연기라는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선정 이유로 ‘국어책 읽는 듯한 연기였다’, ‘상대 배역으로 열심히 연기하는 연우진이 안쓰러워 보일 정도다’, ‘단 한 장면도 거슬리지 않은 장면이 없을 정도다’, ‘캐릭터 해석이 잘못된 것 같다’ 등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어서 최악의 연기 2위는 의외로 ‘외계+인’에서 문도석 역을 맡은 소지섭이었습니다. 선정 이유로는 ‘로맨스 같이 잘하는 연기나 합시다’, ‘소지섭의 매력 실종, 오글거림 주의’ 등의 이유로 총 6표를 얻어 2위로 선정됐습니다.
마지막으로 3위는 영화 ‘동감’의 조이현과 ‘카터’의 주원이 각각 3표씩 얻어 최악의 연기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조이현은 ‘대사 처리가 미숙하다’ 등의 이유로 3표를 받았고, 주원은 ‘캐릭터 해석이 문제였다’ 등의 이유로 3표를 얻었습니다.
“내로남불의 표본이다” 최악의 매너로 뽑힌 천만 배우
위의 최악의 영화, 최악의 연기에 이어 최악의 매너로 뽑힌 영화인에는 의외의 인물이 뽑혀 영화 팬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줬습니다.
기자단은 제작보고회나 인터뷰 현장에서 최악의 매너를 보여준 ‘영화인’을 뽑는데 이는 배우 또는 감독 등 모든 영화인이 해당됩니다. 가장 이슈가 많이 되는 부문이기도 한 최악의 매너 부문은 3위부터 주목받았습니다.
먼저 3위에는 영화 ‘리멤버’의 남주혁이 총 6표를 얻어 3위에 선정됐습니다. 남주혁은 영화 ‘리멤버’ 의 주연을 맡아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개봉을 얼마 앞두고 사실 여부를 떠나 학교폭력이라는 불미스러운 이슈에 휘말려 작품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이유에서 였습니다.
이어서 최악의 매너 2위엔 총 11표를 얻은 영화 ‘외계+인’의 김태리가 뽑혔습니다. 김태리는 인터뷰 현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면서 동시에 계속 낙서를 하는 등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녀가 맡은 고등학생 ‘나희도’에 빙의된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이뿐만 아니라 ‘그녀의 자유분방함을 무기로 무례의 끝을 보여줬다’, ‘인터뷰 태도가 너무 아쉬웠다’ 등의 이유로 선정됐습니다.
올해 최악의 매너 부문에는 ‘범죄도시2’로 천만배우 반열에 오른 마동석이 기자단 34표 중 20표를 얻어 독보적인 1등에 올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그는 ‘범죄도시2’, ‘압꾸정’ 등으로 올해 2편의 영화를 선보였으며, 두 편 모두 제작자 겸 배우로 나서 많은 화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마동석은 올해 첫 천만영화인 ‘범죄도시2’가 한창 준비 중일 때 개인 사정을 이유로 인터뷰 자체를 건너뛰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영화를 홍보해주는 기사가 적게 날까 우려됐는지 자문자답형 인터뷰 보도자료만 배포하는 불성실함을 보였습니다.
이후 11월에는 개봉작 ‘압꾸정’ 홍보 당시에도 홍보 활동의 한 부분이라고 인식되는 인터뷰 참여만 거절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마동석만 쏙 뺀 나머지 배우들의 인터뷰만 진행되자 많은 팬들은 ‘작품의 주인공답지 못하다’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것 같다’는 평가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기자단이 뽑은 최악의 매너 1위의 선정이유는 여론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영화는 흥행시키고 싶지만 인터뷰는 싫은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영화의 제작자라면서 인터뷰를 거부하는 건 홍보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태도다’등의 선정이유가 이어졌습니다.
또한 ‘제작까지 한 영화 홍보에 자신만 빠지는 것도 다른 배우들에겐 갑질아닌가’, ‘주연배우가 불성신한 행보를 보여 자질이 의심된다’, ‘귀찮아하는 게 너무 눈에 보인다’, ‘성의 없는 일문일답을 개봉 전 공식 보도자료로 뿌리는 것은 올해 최악의 매너로 뽑힐만 하다’, ‘인터뷰 노룩패스’ 등의 강도높은 비판의 의견이 이어졌습니다.
한편, 마동석의 올해 두 번째 영화인 ‘압꾸정’은 흥행에 실패한 것으로 보이며, 2021년 최악의 매너에는 배우 조현, 서예지, 박용우, 차승원, 조인성 등이 순서대로 최악의 매너 영화인이라는 불명예를 안았습니다.